▲ 1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의료개혁에서의 지역의료기관의 역할과 과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 유숙경 신천연합병원지부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의대정원 확대로 촉발된 의료개혁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공공병원이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지역주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온 민간중소병원을 공익형 민간병원으로 전환하여 지역의료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1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유숙경 신천연합병원지부장의 사회로 시작된 ‘의료개혁에서의 지역의료기관의 역할과 과제 국회 토론회’에서는, 올바른 의료개혁을 통해 민간중소병원이 지역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의료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지며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회는 2024년 보건의료산업 산별교섭에 참가하는 민간중소병원 노사와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윤 국회의원,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가 공동 주최했다.

인사말에서 서영석 의원은 “의료개혁특위에서 의료전달체계를 일부 논의하고 있으나, 국민이 절실히 원하는 공공ㆍ지역ㆍ필수의료 확충에 대한 뚜렷한 설계가 보이질 않는다”면서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며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해 힘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윤 의원은 “한국은 공공의료 비율이 10% 밖에 안되지만, 민간병원 중에서도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오던 기관들이 있다. 이 기관들이 어떻게 공익적인 역할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자리가 생겨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희승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방 소멸 시대다. 인구 감소지역, 소멸 위험 지역에서 민간중소병원이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오늘 토론회에서 지역의료기관의 역할 강화와 정부의 지원에 대한 다양한 제언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지역 사회에서 종합병원이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병원으로 존재해야함에도, 경영적인 어려움 때문에 많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 속에서 의료서비스가 보다, 손쉽게 시민들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간중소병원 사용자를 대표해서 임상혁 녹색병원장은 “민간병원이 지역사회에서 좀 더 활성화될 방안과 우리나라 의료 체계에서 중심을 잘 잡아나갈 방안을 오늘 토론회 자리에서 마련해 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인사말을 했다.

김봉구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이사장은 “지방 인구 소멸, 1인 가구 확대 등 인구 구성이 바뀌면서 새로운 의료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오늘 토론회를 기점으로 지역 완결적 의료 시스템을 현실화해나가는 계기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나백주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임준 인하대병원 예방관리학과 교수가 ‘의료개혁에서 지역의료기관의 역할과 과제’로 발제를 했으며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 김정은 신천연합병원 원장, 이대영 예수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 임강섭 보건복지부 지역의료정책과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 임준 교수가 주제 발제를 하고 있다.

주제 발제를 한 임준 교수는 “병상 공급은 과잉인데 병상 당 보건의료인력 부족은 심화되고 있다. 보건의료인력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진료권별 사망률 격차도 큰데 사망률을 가르는 핵심은 의료 인프라다. 한국은 공공병상 비중이 낮고 공공보건의료체계 또한 취약하다. 1차 의료기관과 여타 의료기관 간 기능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등 의료전달체계도 미비하다”고 현황을 진단했다.

이어 “병상이 과잉인데 공공병원을 얼마나 늘려야 되나? 이미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민간병원의 전문성을 확대하고, 공공병상으로 전환하여 공공병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의료개혁의 방향으로 ▲시장 관점의 의료공급체계를 공익적 관점으로 전환 ▲1 차~3차 의료기관 역할 정립 ▲지역책임의료기관 수행 위한 협력 모델 개발 ▲지역의료기관을 지역거점병원으로 육성 등을 제시했다.

▲ 임상혁 녹색병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임상혁 원장은 “의정갈등 이후로 상급종합병원 중등증 이하 입원환자가 40% 감소한 한편 지역 종합병원의 경우 7%증가, 녹색병원의 경우 5%가 증가했다. 전공의 사직으로부터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촉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임 원장은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핵심은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있다”면서 “지역사회의 중소 병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부족한 공공병원을 대리하고 지역거점, 지역 친화 병원이면서 포괄적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지역의 민간 중소병원을 활용한 공익형 민간병원의 제도화와 활성화가 필요하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경영권이 보장되면 많은 기관이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정은 신천연합병원 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정은 신천연합병원 원장은, 시흥시에서 공익적 민간병원의 역할을 적극 수행하고 있는 신천연합병원의 사례를 소개했다.

현재 신천연합병원은, 필수의료를 제공하면서 지역 맞춤 의료를 수행하고 있는 종합병원으로 방문의료센터, 마을건강센터, 작은 사업장 노동자 의료지원, 통합아이돌봄, 인권클리닉 등을 운영하고 있다.

김 원장은 “민간중소병원이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 완결적 통합 의료를 제공하며 지역 사람들과 손을 잡을 수 있는 병원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 ▲지역 통합 돌봄을 위한 중소병원 모델 개발 ▲주민 참여형 중소병원 설립 방안 등을 제안했다.

이대영 예수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은 “예수병원은 지역 책임의료기관 역할과 더불어 전북 지역 내 다양한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수행하며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필수 의료진 부족으로 인해 지역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쏠리면서 지역 보건의료 시스템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2028년까지 수도권에 6600병상이 추가되면 인력 쏠림, 환자 쏠림 등으로 지역 의료 붕괴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책임의료기관의 발전을 위해 ▲전문성을 가진 의료진 확보 지원 대책 ▲필수의료 체계 구축을 위한 충분한 예산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과잉공급, 과잉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에 내몰린 민간중소병원은 병상 과잉공급, 대형병원의 병상 증설과 환자 쏠림, 무분별한 개원 러시라는 3중 위협 속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바른 지역의료 강화 대책으로, 지역의료를 책임지는 중추기관으로서 민간중소병원의 기능과 역할 정립, 공익참여형 의료법인병원 제도화와 이를 위한 재정수단으로써 지역수가와 지역의료발전기금 설치” 등을 제시했다.

또한, “의료생태계를 교란하는 무분별한 병상 증설과 개원 통제를 위해 병상총량제, 개원쿼터제와 개원면허제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와 토론 내용과 관련하여 임강섭 보건복지부 지역의료과장은 “규모중심의 공급체계를, 기능 중심으로 바꾸고 이에 맞춰 의료기관 평가체계도 바꿔보자는 문제의식을 보건복지부 내부에서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2차 병원을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어떻게든 육성을 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가지고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필수의료 특별회계, 지역의료 발전기금과 관련해서는 재정당국과 협의 중에 있다”고 답했다.

이어진 전체토론 시간에는 김봉구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이사장이 지역의료기관인 민간중소병원의 역량강화를 위해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김봉구 이사장은 “제가 녹색병원에서 외과 과장을 하고 있는데, 요즘에는 양평병원에서 환자가 자주 온다. 얼마 전에는 십이지장 궤양 천공 환자가 왔었다. 양평군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에서도 해결을 못해서 여기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보건법에는 지자체장이 4년마다 의료계획을 세우게 되어 있고 공급 대책, 의료 전달 체계, 수요 측정 등의 내용이 들어있지만 실제로 수행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는 게 김봉구 이사장의 말이다.

이어, 김봉구 이사장은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하는 문제 아닐까. 지역거점 병원까지는 어렵더라도, 지역보건법에 따른 계획을 반드시 수립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해야 되지 않나”라고 되짚었다.

▲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토론회를 끝마치면서 2024년 보건의료산업 민간중소병원 특성교섭을 이끌고 있는 백소영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의 마무리 발언도 있었다.

백소영 부위원장은 “보건의료노조 지부가 있는 민간중소병원 사업장들을 보면, 해당 지역 안에서 공공의료가 메꾸지 못한 부분, 대형 민간병원이 메꾸지 못하는 부분들을 촘촘하게 메꾸며 지역주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현재의 의료전달체계에서 이런 병원들은 소외되고 사회적으로도 그 역할을 알아주지 않았다. 오늘 토론회는 그러한 답답함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소회하며 “앞으로도 지역의료기관의 역할 강화를 위해, 이 자리에 있는 분들이 함께 힘써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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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선  kingsj8782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