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창대 뉴스코디네이터

작년 4월, 원종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한 간부가 임산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발언이 부천 지역사회에 큰 논란이 되었다. 부천의 시민사회는 대책위를 꾸려 문제의 발언을 ‘성차별·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원종종합사회복지관에 문제해결을 촉구해 왔다. 또한, 해당 발언으로 피해를 입은 임산부 직원의 입장에서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내세우며 문제해결을 호소했던 계약직 직원의 계약갱신이 이루어지지 않자 대책위 등은 ‘보복성 해고’를 주장하기도 했다.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은 간부의 발언이 부적절한 것이었음을 인정했고 발언 당사자 역시 사과했다고 주장하며 시민대책위 등의 사태해결 촉구를 일축했다. 또한, 문제가 된 계약직 직원이 재계약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예산부족 때문이라고 해명해 왔다. 이는 <개미뉴스>의 보도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하지만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의 해명과 진화에도 불구하고 대책위는 지금까지 일인시위와 집회를 이어가며 복지관 측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계약이 해지된 직원은 석왕사룸비니(원종종합사회복지관이 소속된 사회복지법인)의 이사장인 영담 스님에게 사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며 매일같이 석왕사에서 백팔 배를 올리고 있다. 따라서 복지관 측의 입장과는 달리 갈등은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언론중재위 조정신청이 갈등 해소의 수단일까?

<개미뉴스>는 작년 7월 7일 부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이어 사건의 당사자인 임산부 직원의 수기와 네 차례의 연재기사로 이 사태를 다루었다. 이 과정에서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은 2015년 8월 25일과 11월 26일에 두 차례에 걸쳐 언론중재위원회에 <개미뉴스>의 기사에 대해 조정(반론청구)을 신청했다. 

조정 및 중재신청 에는 네 가지가 있다. 하나는 언론 기사가 사실에 위배될 경우 언론사가 스스로 기사 내용이 잘못됐음을 밝히는 ‘정정보도청구’이다. 그리고 범죄 보도와 관련해 무죄판결 등으로 혐의가 뒤집어질 경우 언론사에 무죄임을 밝히는 내용을 게재해줄 것을 요구하는 ‘추후보도청구’가 있다. 세 번째, 언론보도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에 대한 금전적인 배상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가 있다. 마지막으로 언론보도 내용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보도해 달라고 요구하는 ‘반론보도청구’가 있다.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이 낸 첫 번째 신청에 대해 <개미뉴스>는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의 반론청구를 받아들여 합의함으로써 조정신청은 취하됐다. 두 번째 신청에 대해서도 <개미뉴스>는 “언론의 자유와 공적(公的) 책임을 조화”한다는 언론중재의 목적을 존중하고 또, 언론으로서 반론권을 보장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지키기 위해 반론청구를 받아들였다.

반론청구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제16조 2하에 따라 “보도 내용의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그 청구”를 할 수 있다. 즉, 보도된 기사가 진실하다 하더라도 반론청구가 가능하다는 뜻인 것이다. 이는 언론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론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미뉴스>가 원종종합복지관의 반론청구를 받아들였다고 해서 그간의 보도된 기사의 사실관계나 진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당초,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이 청구한 반론의 내용을 살펴보면 최종적으로 합의된 것과 다르다. 복지관 측은 <개미뉴스>의 보도가 문제의 계약직 직원의 “입장에서 계속해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원종사회복지관이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과 요구를 수렴해 이미 시행한 사실들은 언급하지 않고, 아직까지도 복지관이 문제라는 관점에서 일방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개미뉴스>는 모든 기사에서 이미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의 위와 같은 주장을 밝혀왔다. 그리고 기사 작성의 원칙에서도 밝혔듯이 양측의 공식적인 발표 자료를 주로 인용했고 기계적인 기록물이 아닐 경우 취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무엇보다도 양측의 입장이 팽팽했고 때때로 새로운 주장이 제기돼 사건은 매우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양상을 띠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주장을 수용해 기사에 담는 것은 무리였다. 또한, <개미뉴스>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할 경우 기사내용에 대한 정정이나 후속보도를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리고 <개미뉴스>는 심층취재 「복지관의 이방인」을 취재하면서 기사의 주요쟁점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원종종합복지관 측에 서면으로 질의했었다. <개미뉴스>는 성실한 답변을 기다리며 2주간의 말미를 주었다. 그리고 2주째 되는 날 전화로 1시간 여 동안 해당 질의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따라서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거나 일방적인 보도를 했다는 등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따라서 복지관 측에서 제기한 조정신청의 이유는 반론보도에 반영되지 않았다. 물론, 합의된 반론보도문의 내용 역시 이미 기사에서 충분히 다루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복지관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혹자는 이 문제를 자꾸 보도 하는 것에 대해 분쟁을 부추긴다거나 긁어 부스럼을 내는 것이 아니냐며 비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9개월여에 걸쳐 더위와 추위를 참아가며 시민들이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니 언론이 이 문제에 끝까지 관심을 놓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또한, 충분한 사실을 근거로 문제점을 짚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 역시 언론으로서 당연한 역할이다. 

행여 조정신청이 언론의 보도에 흠집을 내기 위한 것이라면 더더욱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개미뉴스>를 포함해 원종종합복지관이 언론중재위에 조정신청을 낸 게 4건에 이른다. 모 지역신문에서는 이 사태를 다룬 만평이 실렸다가 다시 내려지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언론에 의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수단이 언론중재이지만 갈등 해결의 수단은 될 수 없다. 이는 자칫 지역의 자유로운 언론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외에도, 사건의 당사자인 계약직직원을 비롯해 시민대책위에 소속된 몇몇 인사들도 원종종합사회복지관으로부터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피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무혐의 결과가 내려진 사례도 있으나 복지관 측은 소송을 멈추고 있지 않다. 이쯤에서 지역사회의 갈등의 골을 깊게 하는 것이 과연 언론보도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역사회의 화목과 평화를 위해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을 향해 침묵을 강요할 수는 없다. 또한, 사태 해결의 열쇠는 원종종합사회복지관과 이를 관장하는 사회복지법인 석왕사룸비니에 있다. 무엇보다도 지역 사회의 안녕을 위해 이바지하는 복지관의 역할과 소임을 생각한다면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은 갈등해소에 더욱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 <개미뉴스>의 모든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 <개미뉴스>의 모든 기사는 「개미뉴스 편집가이드」를 따릅니다.
   ☞ 「개미뉴스 편집가이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