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무중(五里霧中)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길을 묻다' 민주노총 인천본부에서 주최한 '민주노총 정치전략 수립을 위한 인천토론회'가 지난 8월 18일 오후 6시 민주노총 인천본부 대강당에서 열렸다. @사진제공 ; 민주노총 인천본부

'오리무중(五里霧中)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민주노총 인천본부에서 주최한 '민주노총 정치전략 수립을 위한 인천토론회'가 지난 8월 18일 오후 6시 민주노총 인천본부 대강당에서 열렸다.

민주노총 인천본부 이동익 조직국장(정치담당)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토론자로는 이광규 민주노총 정치국장이 발제를 했고, 이근선 노동당 인천시당 위원장, 이주남 민중연합당 인천시당 공동위원장, 박재근 사회변혁노동자당 인천시당 공동대표, 황윤정 정의당 인천시당 노동국장, 이동익 홈플러스노조 인부천본부 사무국장 순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세번째로 발언한 박재근 사회변혁노동자당 공동대표의 발제문을 싣는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입장

                                     박재근 사회변혁노동자당 공동대표

1. 1기를 돌아보아야 한다.

1. 민주노총은 제 민주세력과 함께 1997년 대선에 국민후보를 추대, 이를 위한 선거대책기구를 구성하고 인적 물적 역량을 동원키로 결의한다.

2. 민주노총은 대중적 합의를 바탕으로 노동자가 적극 참여하고 각계각층의 민주적이고 양심적인 세력과 함께 하는, 우리 사회의 민주적 개혁을 실현하고 노동자의 이익과 요구를 철저히 대변하는 새로운 정당 건설의 토대를 구축한다.

- 민주노총 제6차 임시대의원대회, 1997년 7월 24일

위에서 보이듯 민주노동당의 건설 자체가 96-97년 총파업 투쟁을 계기로 민주노총이 정치세력화에 나선 결과였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등장은 민주노총이라는 대중조직의 동학에 영향을 행사한다. 이렇듯 정치는 대중을 특정 방향으로 조직하고 이끌며, 모든 노동자 정치는 ‘노동현장’과의 관계맺음 속에 존재한다. 이 관계 맺음의 차이가 곧 정치노선의 차이다.

그렇기에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른바 ‘진보정당’이 스스로 범하는 오류, 스스로 우경화되는 흐름만이 아니다. 더욱 핵심적인 문제는 특정한 방향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대중조직 자체를, 투쟁의 사안과 그 투쟁방식 자체를 특정한 방향으로 재편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치에 기권해서는 안되는 이유, 노동자가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최근 다시금 민주노총 주도의 정당 건설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현재 운위되는 정치세력화가 지난 정치세력화의 오류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반성에 근거하는지는 의문이다. ‘분열’이 문제라고 한다면, 이미 지난 통합진보당 자체가 ‘분열된 진보의 통합’이라는 목적에 근거하지 않았는가? 현 시기 ‘진보’의 분열이 문제라고 평가하는 것은 그야말로 현상적인 논의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1기의 오류를 철저히 평가하고, 이를 통해 노동자 정치에 있어 민주노총의 역할을 설정해야 한다. 이런 평가의 과정을 먼저 진행하지 않는 한, 오류는 새로운 형태로 반복될 뿐이다. 1기를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정치세력화 1기를 돌아본다는 것은 ①민주노동당의 등장과 귀결, ②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형성한 관계 맺음의 본질, ③ 양자의 상호연관 속에서 만들어진 ‘정치’가 계급 운동과 계급의식에 미친 영향을 살펴봄으로써 2기 정치세력화의 방향을 건설적으로 논하기 위해서이다.

2. 신자유주의자들과의 연대,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현 시기 ‘진보’라고 특정세력을 지칭할 때, 그것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노동자 정치세력? 야권 이외의 대안세력? 아니다. 그것은 아주 모호한, 설명해주는 바가 거의 없는 규정이다. 더불어민주당조차 종종 스스로를 ‘진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가?

이는 그 동안 행해진 ‘야권연대’의 결과다. 전직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집단 입당원서를 들고 안철수, 문재인 캠프로 뛰어들어도 민주노총 차원에서는 징계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왔다. 전술적 유연함이라는 명분으로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대 연합을 행해온 결과다. 이제 아무렇지도 않게 ‘진보정당’과 보수야당의 연대가 이루어진다. 지난 2012년, 통합진보당은 총선과 대선에서 노골적으로 민주통합당과 연대했다.

그리고 이석행 등 전위원장을 비롯 이름 꽤나 있는 활동가들, 노조 대표자들이 문재인 캠프로, 안철수 캠프로 갔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민주노총이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보수야당의 정치인들과 손잡고 유세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이를 어떤 명분으로 제어한다는 말인가? 당시 민주노총의 정치방침 자체가 야권연대였다. 총·대선 승리 이후 함께 정부를 구성할 파트너의 편으로 간 조합원들을 민주노총이 어떻게 징계한다는 말인가.

총선이 있었던 올해에도 마찬가지다. 정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받아주지도 않는 야권연대에 굴욕적으로 매달렸고, 여전히 2017년 대선에서의 연립정부 건설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보수야당과 진보정당의 구분선 자체를 지우고 있다. ‘보수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가 아니라 노동자의 당이 필요하다’는 것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근거였음에도 말이다.

돌이켜보자. 스스로 권력을 잡았을 때 가장 노동자들에게 가혹했던 이들이 바로 현재의 보수야당 세력이며, 민주노동당은 스스로의 필요를 설득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실개천이 흐른다면,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는 장강이 흐른다.” 통합진보당은 스스로의 정신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전태일 정신과 노무현 정신의 만남.”

통합진보당이 해산의 철퇴를 맞은 이후 이 ‘정신’을 이어가는 것은 정의당이다. 보수야당과 아무렇지도 않게 연대하고, 신자유주의자들과 함께 당을 만들고, 대선 이후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면,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대체 무엇을 위함인가. 보수야당과 연대하기 위해? 소위 진보정당과 보수야당 연대의 전면화, 그리고 이에 대한 대중조직의 용인은 그 자체로 1기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실패했다는 증거다.

우리는 왜 여기까지 이르렀을까? 이 지점에 대해 철저히 평가해야 한다. 발본적 평가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 주도의 정치세력화 2기는 1기 정치세력화의 오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이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 민주노총은 연립정부 건설론과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한다.

3. 양날개론과 배타적 지지방침

중요한 것은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1기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대중운동에 남긴 영향이며, 대중운동과 관계 맺는 방식이다. 민주노총은 95년 출범부터 산별노조 건설을 내걸었고, 96-97 총파업 이후에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본격적인 자신의 과제로 삼았다. 그리고 1기 정치세력화는 양날개론에 근거해 이루어졌다. ‘진보정당의 정치투쟁과 산별노조의 경제투쟁’이라는 역할분담론, 이것이 ‘산별노조’와 ‘진보정당’(의회정당)의 양날개론이다.

양날개론은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을 분리한다. 정치투쟁은 진보정당이, 경제투쟁은 산별노조가 한다는 역할분담론에 의해, 정치의 공간과 경제의 공간은 무 자르듯 분할된다. 이런 모델 속에서 노동현장은 어디까지나 현장 바깥(의회)에 있는 정치주체를 지원하는 객체이며, 산별노조는 이를 위해 물적·인적 자원을 동원하는 틀이다. 이렇게 현장은 경제의 공간, 의회는 정치의 공간이 된다. 즉 현장은 ‘임단투’의 공간, 의회는 거시적인 ‘정치’가 행해지는 공간이 된다. 이렇게 되면 관료주의와 출세주의는 필연적이다. 이 모델에서는 현장에서의 정치적 투쟁보다 의회에 진출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정치적 임무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경제투쟁, 진보정당은 정치투쟁의 임무를 분담하게 되면, 노동조합에 주어지는 통상임무는 말 그대로 ‘조합투쟁’이 된다. 노동조합과 현장의 ‘정치투쟁’은 돈과 표의 조직, 그리고 진보정당의 의회 협상력을 높여내기 위한 ‘사회개혁 투쟁’의 물리적 뒷받침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곧 양날개론의 모델 속에서 노동조합은 곧 진보정당을 위해 돈과 사람을 대는 저수지에 지나지 않게 된다. 필연적으로 현장 정치활동은 텅 비게 된다. 어차피 ‘정치’는 의회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을, 곧 민주성·전투성·연대성·자주성·변혁지향성을 심대하게 훼손한다. 양날개론의 모델 속에서는, 노동조합이 몸집을 불리고 자원을 집중해 진보정당을 뒷받침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심지어 이제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통합해야한다는 논의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사회책임 노동운동’을 위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통합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10시 20분,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에서 “노동운동도 이제 변화해야 한다”며 “이번 철도파업이 보여준 경험을 교훈 삼아 사회책임 노동운동으로 변화해야 한다. 노동조건 향상이라는 실리적인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이제 노동조합이 사회경제 개혁의 주체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심상정, 사회책임 노동운동 위해 양대노총 통합해야”(참세상, 2014년 2월 10일)

의회정당으로 노동조합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집중하기 위해, 중요한 정치국면마다 ‘배타적 지지방침’이 내려졌다. 사회당 지지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즉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지지 방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조합원에 대한 징계가 거론된 적도 있다. 이렇듯 배타적 지지는 그 자체로 조합원의 정치적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다. 이는 대중조직의 단결을 훼손한다. 조합원의 다양한 정치적 경향과 선택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은 채,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를 집중하기 위해 패권을 동원한다면 대중조직이 어떻게 단결할 수 있겠는가? 보수여당과 보수야당에 대한 지지금지 수준을 넘어, 특정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을 내렸던 과거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4. 을지로위원회식 노동자 정치와 결별하자

많은 투쟁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을지로위원회에 현실적인 기대를 가진다. 그 과정을 통해서 민주노총 사업장의 조합원들이 민주당에 집단적으로 입당하기도 한다. 어쩌면 을지로위원회의 이런 작동은, 그간 진보정당의 의원실이 해왔던 역할을 더욱 많은 자원을 통해, 더욱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아래로부터 자본과의 투쟁을 통해 노동자계급의 힘을 형성하고, 그것이 다시 정치세력화의 자원이 되는 형태의 선순환구조가 아니라, 현장 외부의 ‘진보정당’이 국가-자본과 계급투쟁을 조율하는 구조가 형성되어 왔다. 노동자 정치가 계급투쟁을 더욱 확장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가-자본과 중재하고 조율하는 정치로서 존재한다면, 그것은 스스로의 존재기반을 허물 뿐이다. 그 적나라한 예가 2010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자동차를 점거하고 있는 국면에서 ‘진보정치’가 작동한 방식이다.

이제 상층에서 보수야당과의 연대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단위 노동조합 차원에서 민주당과의 연대가 이루어진다. 보수야당과의 연대는 선거 시기가 아니라도 일상적이다. 이미 을지로위원회식 정치, 중재의 정치가 일상화되어 있는 것이다. 보수야당은 노동조합을 잠식하고 있고, 계급투쟁은 어느새 소위원회의 문서더미 속에 파묻혀버린다. 노동자 정치의 집단성과 활력은 어디에 있는가? 을지로위원회식의 정치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불쌍히 여기는 정치다. 이런 정치가 지난 진보정당의 정치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투쟁을 확산시키는 정치가 아니라 국가-자본 사이에서 중재하고 조율하는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

5. 사회주의 강령 삭제, 헌법을 지키는 진보?

민주노동당은 강령에서 최소한으로나마 남아있던 사회주의의 흔적을 지우며 신자유주의 정권의 주축이었던 국참당과의 통합을 예비했고, 정의당은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사태에 대해 “헌법을 지키는 진보”를 역설했다. 그렇다면 ‘정치’의 범위는 자본주의가 허락한 한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가? 자본주의 내에서 등 따시고 배부르게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노동해방인가? 아니다. 노동자 정치는 사회주의를 지향해야한다. 자본주의의 위기는 심화하고 있다.

지배계급은 2008년 이후의 위기가 진정되지 않고 있음을, 이것이 새로운 정치위기로 번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한 언론사의 표현에 의하면, 지금은 “기원전 3천년 이래 가장 낮은 금리의 시대”다. 이제 양적완화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른바 헬기로 돈뿌리기, 곧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찍어내 금융시장을 거치지 않고 대중의 주머니에 직접 넣어줘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는 넓고도 깊다. 좌파의 입에서나 나왔던 ‘이윤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라는 말이 TV 앵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자본주의의 상식 자체가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사회주의를 지향하지 않는다면, 헌법이 제한하는 틀 내로 우리의 투쟁과 요구를 제한한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자본주의가 스스로의 생존하기 위해 긴축을 강요한다면 그 긴축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노동자 정치는 자본주의와 투쟁하는 정치, 자본주의 너머를 지향하는 정치, 사회주의 정치다.

▲ 민주노총 인천본부 정치전략 수립을 위한 인천토론회 웹자보

※ 참고자료

Ⅰ. ‘통합 진보정당’ 추진에 대한 사회변혁노동자당의 입장(16-3차 전국위원회)

1. 입장

- 현재 진행중인 통합 진보정당 추진에 반대한다.

2. 근거

① 현재 진행 중인 통합진보정당 추진운동이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1기에 대한 근본적 반성과 평가에 기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정치세력화 1기의 본질적 오류 - 진보정당의 정치투쟁과 산별노조의 경제투쟁이라는 ‘양날개론’, 노조 자원동원 효율화를 위해 조합원의 정치적 자유를 박탈한 ‘배타적 지지방침’, 의회지분 확대를 위한 신자유주의 보수야당과의 연대와 당통합 - 에 대한 근본적 반성과 평가가 드러나지 않는다.

② 분열은 운동이 결과한 현상일 뿐, 그 자체가 통합추진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자본주의의 위기국면에서 사회주의를 대안으로서 전면에 내걸지 않은 채, 정치일정을 앞두고 현실적 세력강화의 필요로 추진되는 정치세력화 운동은 지난 정치세력화의 오류를 극복할 수 없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단결은 물론 중요하나, 단결의 원동력은 발본적 평가에 근거한 새로운 정치운동의 형성 그 자체에 있다.

Ⅱ. 조택상 前인천동구청장 더불어민주당 입당에 대한 성명서

야권연대가 드러낸 적나라한 결과

- 조택상 前인천동구청장의 더불어민주당 입당에 부쳐

지난 5월 30일, 정의당 인천시당 소속 조택상 씨가 정의당을 탈당하고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 공모에 지원했다고 한다. 2010년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해 인천 동구청장을 지냈고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에 정의당으로 출마한 이가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것이다. 정의당 인천시당은 큰 충격과 아쉬움을 표명했고,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는 그의 행보를 ‘정치적 배신행위’라 칭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으로 갔다. 정리해고제와 파견법을 한국 사회에 관철한 당, 공공부문을 자본의 먹잇감으로 던져버린 당, 그 결과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등장시켰음에도 다시 한 번 묻지 마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바로 그 당이다. 어디 이뿐인가. 새누리당과 거듭 야합하며 세월호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당, 총선 전 원샷법을 새누리당과 합의 처리하며 ‘노동자 죽이는 기업구조조정’의 물꼬를 튼 당, 총선이 끝나자마자 구조조정에 있어 정권과 보조를 맞춘 당이다.

정의당 인천시당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신의를 바탕으로 야권연대를 함께 만들어온 6년의 역사”를 공유한다. 우리는 이 해프닝에서 ‘야권연대’의 적나라한 결과를 보고 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래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정의당은 오늘날의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국민의당과 적극적으로 연대해왔다. ‘이명박·박근혜 반대’, ‘한나라당·새누리당 반대’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은 권좌에 앉아 자신을 향해 칼을 휘두른 현재의 야권을 지지해야 했다.

그리고 그 지지를 앞장서서 선동한 것은, 다름 아닌 조택상 前 동구청장의 ‘배신’에 분노하고 있는 정의당 자신이다. “인천시당의 대표정치인” 조택상의 탈당에 아쉬움을 표하는 정의당에 묻고 싶다. 지난 6년간 쌓아온 더불어민주당과의 신의를 바탕으로 또다시 2017년 대선에서 연대할 것이라면, 그 사람이 정의당 소속이든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든 무엇이 그리 중요한가. 어차피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통한 연립정부 구성을 천명해왔지 않은가.

정의당 인천시당은 “신의를 바탕으로 야권연대를 함께 만들어온 6년의 역사”를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과의 ‘신의’를 언급하는 데에, 변혁당 인천시당은 참혹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 말대로, 정의당 인천시당은 야권연대의 중심이었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광역시도당 차원의 연대를 가장 먼저 합의한 것 역시 정의당 인천시당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 진압책임자인 윤종기를 양당 단일후보로 선출한 것 역시 정의당 인천시당이다. 그리고 그 적극적 연대의 결과, “정의당 인천시당의 대표정치인”은 더불어민주당으로 갔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묻지 마 야권연대’가 드러낸 적나라한 결과이자, 정치를 의회진출과 동일시해온 ‘진보정치’가 다다른 막다른 골목이다.

노동자계급 스스로를 주체로 세워내지 못한 결과 노동자계급이 만들어낸 정치인은 아래로부터의 통제에서 독립했고, 자신을 더 높은 출세로 이끌어 줄 양지를 찾아갔다. 우리의 정치는 의회주의와 야권연대에 엄중한 평가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막다른 곳에 부딪힌 자본주의를 넘어서자. 그 힘을 아래로부터 형성하자. 이것이 우리 정치의 전제다.

2016년 6월 1일

사회변혁노동자당 인천시당

 

Ⅲ. 2016년 7월 1일 변혁정치 26호 “진보정당통합 추진의 문제점”

                                                 김태연┃조직위원장

노동자민중의 투쟁에서 단결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때문에 정의당, 노동당, 민중연합당, 녹색당, 사회변혁노동자당 등 여러 정당으로 존재하는 진보변혁진영의 정치운동이 어떻게 단결을 이루어 낼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결의 내용, 경로, 형식이 올바르지 않으면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므로 올바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수년전부터 ‘진보정당통합’이 단결을 위한 한 방안으로 제출되어 여러 차례 추진되었으나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도 실패의 원인진단 없이 또 다시 이전과 같은 방식의 진보정당통합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묻지마 통합’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정당통합’ 방식은 무엇이 문제인가?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부터 진보정당 통합이 추진되었다. 2009년에 민주노총이 나서서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통합논의를 시작했다. 2011년에는 노농빈 대중조직이 나서서 ‘진보대통합연석회의’를 구성하고 통합운동을 전개했다. 그리고 2015년에 민주노총 등 노농빈 대중조직이 총선대응을 위한 가설정당 형태의 진보정당통합안을 제출했다.

내용적으로는 반이명박(박근혜)전선을 내세웠다. 진보정당통합론자들이 정식화한 적은 없지만, 정권교체에 의해 독재정권이 들어선 상황이므로 일종의 반파쇼 인민전선식의 정치적 단결을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통합을 위한 주요한 동력은 노농빈 대중조직의 권위를 활용하는 것이다. 즉 ‘분열된 진보정당들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은 대중의 지상명령’이라는 명분을 동원하여 대중조직의 결의로 진보정당통합을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선거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노선을 달리하는 분파들의 연합정당을 만들자는 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통합론이 제기하는 내용, 동력, 경로, 형식에 의해 건설되었다. 즉 민족주의, 사민주의, 혁명주의 등 다양한 정치성향이 온존한 채 민주노총이라는 대중조직의 결의에 근거하여 선거대응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 민주노동당이다. 때문에 진보정당통합론은 다시 한 번 민주노동당을 만들자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진보정당통합론이 제기하는 내용, 동력, 경로, 형식에 의해 만들어진 당이 실패했는데도 원인진단 없이 다시 처음부터 반복하자는 주장이다. 따라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

분화하는 정치노선, 대중적 검증 필요

전세계적으로 노동자민중진영의 정치노선이 분화발전하고 있는 시기이다. 신자유주의 공세기 하에서 기존 사민주의 정치노선이 보다 우경화되었다. 반면에 신자유주의의 폐해와 자본주의체제 위기가 심화되면서 변혁적 정치운동이 약진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사정은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진보정당운동 내의 어떤 정치분파는 민주당과 노선상 차이를 크게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경화되었다. 민족주의 노선의 정치분파가 전선체운동에서 당운동으로 중심을 옮기면서 진보정당운동의 노선분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변혁적 정치운동세력이 정당건설을 했다.

이런 상황은 민주노동당을 건설을 당시와 매우 다른 주체적 조건이다. 기존 보수야당에 대한 정치적 입장에서도 변화가 있다. 독자적 정치세력화와 보수야당과의 연대를 통한 정치세력화가 대립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민중의 정치운동이 통일단결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치노선이 대중적으로 검증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천이 중요하다면, 실천을 해야

정치노선에 대한 대중적 검증을 통한 단결은 짧은 시기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현 시기의 단결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진보정당통합을 주장하는 동지들이 이 부분에 대한 금과옥조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얼마 전 진보정당통합을 위한 민주노총 전현직 중집위원들 간담회에서 진보정당통합을 위해서 당면 노동자민중투쟁을 공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노동자민중의 통일단결을 위한 금과옥조를 알기는 하지만 실천과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다.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반자본 공동투쟁을 현재 진행되고 있는 투쟁들을 중심으로 즉각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농빈 대중조직들만 앞세우지 말고 정치조직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민중경선 통한 대선투쟁 해볼만

2017년 대선을 계기로 한 이른바 권력교체기의 통일단결을 어떻게 할 것인가? 노동자민중진영의 대선공동대응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즉 노동자민중 단일 대선후보를 세워내고, 노동자민중의 정치요구 중심의 대선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을 위해 졸속적인 통합정당을 만들 필요는 없다. 민중경선을 통해 노동자민중 대통령후보를 세우면 된다. 이를 위한 최소한의 전제들이 합의되어야 한다.

보수세력이 주도하는 기존 정치구도에 맞선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야권연대를 열어두는 후보가 아니어야 한다. 반자본의 기치를 분명히 하고 자본 대 노동자민중의 정치구도를 대선투쟁의 방향으로 합의해야 할 것이다. 이런 방향에 동의되는 제정치세력이 저마다의 노선과 정책에 입각한 후보를 내어 민중경선을 하고 결정된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대선투쟁을 힘차게 전개해야 한다.

변혁당, 사회주의 대통령후보 내서 투쟁하자

진보정당통합 논의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민주노총에 바란다. 민주노총이 방향을 잡고 있는 제2기 노동자정치세력화는 매우 필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정당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는 판단은 재고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이 그 노선에 가까운 정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는 있겠지만 노선이 다른 정당들의 통합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미 특정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이라는 강력한 정치방침을 가졌지만,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실패하지 않았는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 내의 진보정당통합 주장도 사실은 유사한 정치적 입장의 소통합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현 시기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단결을 위해서 그리고 정치적 발전을 위해서 민주노총 내에서 올바른 노동자민중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대중적 논의와 교양이 우선되어야 한다. 논란만 불러올 진보정당통합안을 백지화하고 대선공동투쟁을 위한 제정당노동사회단체 토론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 토론 과정에서 대선공동대응을 위한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은 당건설 과정에서 노동자대통령 후보를 내어 대선투쟁을 한 경험이 있다. 당건설 후 첫 대선에서 변혁당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당원 동지들의 열띤 토론이 전개될 것이다.

민주노총, 전농, 빈민운동 대중조직이 있는 모든 현장 그리고 미조직 대중이 있는 현장에서 전개되는 민중경선에서 변혁당이 사회주의 대통령후보를 내어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우리의 원대한 꿈과 실천방안을 제안하고 조직하는 것은 우리가 바라는 바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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