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국립대병원 노동자들 “경영위기 책임 전가 규탄, 불법의료행위근절 촉구 공동기자회견” 개최

▲ 보건의료노조 경상국립대학병원지부를 비롯한 13개 국립대학병원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국립대병원노동조합 공동투쟁 연대체가 지난 4월 30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국립대학병원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초래된 경영악화를 병원노동자들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 경상국립대학병원지부를 비롯한 13개 국립대학병원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국립대병원노동조합 공동투쟁 연대체(국립대병원노조 연대체)’는 지난 4월 30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김동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부장의 사회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국립대병원 비상경영과 경영위기 책임전가 사례 발표 및 규탄 ▲PA간호사에게 불법의료행위 강요사례 발표 및 불법의료행위 근절 촉구 ▲전공의 중심의 국립대병원 의사인력 운영 개선과 국립대병원 역량 강화 정책 추진” 등을 촉구했다.

현재 국립대병원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환자를 진료할 의사가 줄어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병동을 폐쇄하여 병상가동률은 30~50% 대로 떨어지자, 각 병원은 비상 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서울대병원은 1,000억원대, 부산대병원은 500~600억대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으며, 다른 지방 국립대병원들도 경영난을 극복하고자 자금을 대출하고 있다.

그런데, 병원들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벌어진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휴가 강제, 무급휴가 종용, 각종 물품 지급 중지, 필요인력 충원 중단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립대병원 노동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에서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기자회견 취지 발언을 통해 “머지않아 서울 수도권을 비롯해서 6,600병상의 병상이 또다시 늘어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최소 2천5백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2천명 증원으로도 지역의료의 소멸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빠져나간 전공의의 업무를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간호사들에게 떠맡기면서 불법 의료행위를 강요하고 있고, 병원들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직과 연차 사용을 강요하면서, 그 책임을 오롯이 노동자들에게만 떠넘기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서 윤태석 의료연대 본부 서울대병원 분회장은 “윤석열 정부는 2년 동안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 공공병원을 확충하겠다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본인이 대선 때 공약했던 울산에 공공병원을 만들겠다는 그 공약조차 파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심지어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않았던 건강보험 보장성을 축소하려고 하고 있고, 사회보장 서비스를 시장화하고 산업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느닷없이 의사 의대 정원을 2천 명 늘리겠다고 하면서, 이것을 의료개혁이라고 말하는데 5%에 불과한 공공병원을 늘리는 내용이 하나도 없는 것은 개혁이라 말할 수 없고, ‘가짜 의료개혁’이며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지금이라도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계획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권순남 의료연대본부 충북대학교분회장과 박창호 보건의료노조 서울대치과병원지부장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더 이상 환자를 방치하는 국립대병원 의료진들을 두고 볼 수 없으며, 진료공백 사태에 따른 경영위기 책임을 병원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또한 “비상상황 속에서 시행되는 시범사업이라고 하지만, 의사 업무를 전담간호사에게 무방비로 떠넘겨 불법의료행위로 내몰고,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사태가 국립대병원에서 벌어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21일 ‘2024년 주요 정책 추진계획’에서 국립대병원을 지역・필수의료 중추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그 계획에 걸맞게 국립대병원의 보건의료인력을 확충하고, 전체 의사 수 중 30~40%를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전공의 비중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의사 집단행동으로 초래된 경영악화를 병원노동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을 막고, 적자 보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서 의사의 집단행동과 비상경영으로 인하여 고통 받고 있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실태에 대한 증언이 이어졌다.

신동훈 의료연대본부 제주대병원분회장은 “제주대학교병원은 최근 전공의 사태로 인하여 수술건수 하루 평균 12건 이상 감소 및 병상가동률은 70% 전후에서 40%대까지 하락하면서, 2024년도 재정적자만 600억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등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4월 29일 제주대학교병원 병원장이 비상경영 체제 운영에 관하여 글을 올렸는데, 비용절감을 위하여 이미 보직자 등 법인카드 사용 30% 절감 및 직원 대상 무급 휴가를 언급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남아있는 직원들을 쥐어 짜내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신나리 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지부장은 “병원 측은 의사들이 떠난 빈자리를 지키고 있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 측은 부서운영비 삭감은 물론이거니와 업무에 필요한 비품 소모품 지급까지도 중단하고 있으며,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노사합의도 하지 않은 보상휴가제를 도입하고, 연차사용 강요, 무급 휴가 권유 등으로 지출을 줄이고, 퇴직자가 발생해도 올해는 인력 충원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교수들에게는 당연히 해야 할 업무인 환자 회진에도 수당을 만들어 지급하고, 당직비 인상, 의료 수가 지원 등의 방법으로 보상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일반 직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병원 측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불법의료행위로 내모는 진료보조(PA)간호사 시범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선미 보건의료노조 충남대병원지부 정책부장은 “충남대병원은 2019년 49명의 진료보조(PA) 간호사가 있었으나, 2020년 충남대병원 세종 분원이 개원하면서 진료보조(PA) 간호사가 크게 늘어 2023년에는 178명으로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92명이 더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숙련된 PA 간호사를 제외하고 병동, 통폐합 등으로 생긴 인력을 PA로 발령내고 있고, 이들은 불법과 합법을 넘나들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제의 불법 의료행위가 시범사업으로 지정만 하면 합법으로 탈바꿈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밝힌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의사집단행동에 따른 경영위기 책임 전가 규탄!

국립대병원 불법의료행위 근절!

국립대병원 역할과 역량 강화정책 추진 촉구 기자회견문

○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이후, 정부와 의사의 강대강 대치 속에 의료현장은 너무나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 정책으로 인하여 의대생의 집단 휴학, 전공의와 교수들의 집단 사직으로 학교는 마비되고, 병원은 큰 혼란에 빠졌다.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한지 두 달이 지나고 있고, 병상가동률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며, 중증환자는 치료시기를 놓칠까 봐 고통과 불안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 또한, 국립대병원 노동자들도 고통받고 있다. 전공의의 집단 사직으로 인해 발생한 업무공백은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PA간호사에게 무방비 상태로 전가되고 있으며, 환자 안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정부는 만성적으로 있어왔던 불법의료 전가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막무가내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의사들의 명분 없는 집단행동 때문에 국립대병원은 수술실 축소 운영, 일부 병동폐쇄, 입원 제한 등으로 병상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졌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경영악화를 병원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 서울대병원의 경우 1,000억의 운영자금을 기채하였고, 지방 국립대병원들도 금액의 규모는 다르지만, 대출을 하였거나 대출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국립대병원들은 비상 경영에 돌입한 후 ▲연차사용 권장 ▲무급휴가 도입 및 강요 ▲연차촉진제 도입 ▲각종 물품 지급 중지 ▲인력충원 중지 등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다.

○ 병원의 어려운 경영 상태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발표로 시작된 전공의의 집단행동으로 일어났다. 환자감소, 병동 축소운영과 폐쇄, 병상가동률 저하와 같은 병원 경영상의 귀책사유는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명분 없이 집단행동을 한 의사들과 이를 묵인하고 방조하고 있는 병원, 그리고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기조에 기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병원 노동자에게 경영의 어려움을 떠넘기고 있다.

○ 정부의 공공의료 강화, 지역 필수의료 강화 정책은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2,000명이라는 의대정원 숫자와 의사의 집단 이기심이 모든 국립대병원을 경영위기에 빠지게 하고, 간호사를 포함한 모든 병원 노동자들에게는 실직과 임금체불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 그대로 지금 가장 고통받는 주체는 국립대병원을 찾는 중증환자와 병원노동자들이다. 더 이상 병원경영의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정부는 적극적 지원을 통해서 경영난을 이겨낼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 의사 부족으로 인해 의사업무를 대리해야 하는 PA간호사의 불법의료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불법의료행위에 내몰리는 PA간호사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늘어난 PA간호사 수만큼 불법이 판치는 국립대병원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원칙대로 “의료법에 명시된 업무 외는 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고, 정부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간호사 업무관련 시범사업이라는 명목하에 PA간호사들 뿐만 아니라 모든 간호사에게 업무범위를 확장시켜 불법의료행위를 하라고 한다. 게다가 정부가 주도적으로 PA간호사 수를 늘리려고 한다. 병원장의 재량과 책임하에 대부분의 의사업무를 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해도 불법의료행위가 합법의료행위로 될 수 없으며, PA간호사는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PA간호사들에게 더 이상 불법의료행위를 강요하지 말라.

○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발생한 국립대병원 경영위기의 근본 원인은 비정상적으로 많은 전공의의 숫자에 기인한다. 국립대병원 의료진의 30~40%를 전공의가 차지하고 있다. 전공의에 의존하는 국립대병원 의사인력구조를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하고, 보건의료인력을 확충하여 국립대병원의 필수 중증·응급의료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과 함께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

○ 윤석열 정부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의대증원이 포함된 의료개혁은 가짜다. 현재 의사 부족 문제는 숫자만의 문제가 아닌 필수의료, 지역의료 그리고 부족한 공공병상 확충이 포함되는 공공의료가 핵심인데 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던 울산의료원 설립도 무산시키고 공공병원 코로나 회복기 지원금도 삭감하고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이에 대한 대책은 없으면서 의료민영화 정책은 여전히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 당장 필수·지역·공공의료 확보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2024년 4월 30일

국립대병원 노동조합 공동투쟁 연대체 일동

강원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경북대병원, 경북대치과병원, 부산대병원, 부산대치과병원, 서울대병원, 서울대치과병원,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남대병원, 충북대병원

<언론협동조합 개미뉴스와 함께하는 방법 4가지>

1. 기사 공유하기 ; 기사에 공감하시면 공유해 주세요!~

2. 개미뉴스 페이스북 '좋아요'를 눌러 주세요!~

https://www.facebook.com/gaeminews/?pnref=lhc

3. 개미뉴스에 후원금 보내기 ; (농협 351-0793-0344-83 언론협동조합 개미뉴스)

4. 개미뉴스 조합원으로 가입하기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jIWEPBC4xKuTU2CbVTb3J_wOSdRQcVT40iawE4kzx84nmLg

이건수 reapgun@hanmail.net

■ <개미뉴스>의 모든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