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결의문>

▲ 강원도 5개 의료원 지부장들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팬데믹 초기부터 가장 먼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가장 오랜 기간 헌신한 곳이 바로 공공병원이었다. 5%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코로나 환자 80% 이상을 전담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전쟁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결국 감염병 전담병원은 해제되었다. 우리 모두 환호했다. 사람들은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우리 공공병원의 보건의료노동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공공병원은 회복되지 못한 채 무너지고 있다. 당연한 결과다. 코로나 대응에 헌신한 대가는 참혹한 경영난이었다. 감염병 전담병원을 지시한 정부와 강원도는 책임을 회피했다.

2024년 감염병 전담병원에 대한 회복기 지원 예산은 없었다. 최소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국가는 없었다.

공공병원의 적자구조, 부족한 의료인력, 열악한 시설․장비, 공익 기능 수행에 따른 정부의 지원 부재 등 공공병원이 가진 한계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는 의료개혁을 추진한다지만, 공공병원 기능 회복과 역량 강화를 위한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끊임없는 불통 행정으로 의사들의 집단진료거부 사태만 키우고 있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과 우리 보건의료노동자들이 받고 있다. 강원도는 한술 더 떠서 경영난에 도움을 줄 수 없으니 자구책을 마련하라며 임금동결로도 모자라 공공병원들을 구조조정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손발이 다 잘렸는데 알아서 밥을 떠먹으라는 말이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기능하면서 발생한 필연적 적자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원통하고 억울한 일이다.

이렇게 책임을 전가하고 굴욕을 주는 것이라면, 이제 누가 공공의 역할을 할 것인가? 과연 누가 정부를 믿고 일을 하겠는가?

고질적인 의사 부족 문제는 공공병원 기능을 약화하고 회복을 어렵게 하는 핵심 문제다. 지방의료원이 완결적인 필수의료를 수행하려면 평균 300병상 규모에 전문의 55명을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평균 지방의료원 전문의 수는 2023년 32명 수준에 불과하다. 60%에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전문의들의 임금은 코로나를 거치며 천정부지로 올랐다.

이 상황은 악순환을 반복하며 결국 임금체불을 발생시켰다. 같은 병원에 근무하지만 임금체불만은 의사를 피해 갔다. 공공병원은 의사를 구하기도 어렵고, 환자를 진료하려면 의사 확보가 중요하니 우리 보건의료노동자들이 희생하라는 것이다.

우리 보건의료노동자 수는 전문의 수보다 13배나 많지만, 인건비에서 전문의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는다. 단순 비교만으로도 임금이 5배 이상 많다. 이것이 정상인 사회인가? 과연 이게 나라인가?

정부와 강원도에 묻지 않을 수 없다. 감염병 전담병원 기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환자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게 우리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잘못인가?

공공병원 의사 수급난으로 기능이 약화되고, 의사 인건비 부담으로 자금난이 가중되는 것이 우리 노동자들의 잘못인가?

장기간 코로나 전쟁을 치르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공공병원에서 우리 보건의료노동자들은 대체 언제까지 희생을 강요당해야 하는가?

공공병원을 사지로 내몰면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하겠다고 하면 그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공공병원을 죽이면서 필수의료, 지역의료를 살릴 수는 없다. 어불성설이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일선에 나섰던 절박한 심정으로 공공병원 기능 회복과 역량 강화를 촉구한다.

첫째, 정부와 강원도는 공공의료 기능 정상화를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확대해야 한다. 먼저 시급하게 감염병 전담병원에 대한 회복기 추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강원도는 공공의 역할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임금체불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반드시 마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지역의료·필수의료·공공의료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사람과 기관에 대한 전폭적 투자가 필요하다.

공공병원의 기능 회복과 역량 강화가 올바른 의료개혁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 모두 수익성이 낮아 민간이 기피하는 지역의료․필수의료를 공공병원에 맡겨놓고 방관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거듭해 왔다.

정부는 지금 지역의료․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료개혁을 추진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의료개혁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지역에서 필수의료를 담당한 공공병원의 기능 회복과 역량 강화를 위한 정부 정책과 실행력에 의해 판가름 될 것이다.

강원도에서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든든한 공공병원,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공공병원이야말로 우리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오랜 꿈이다.

우리는 우리들의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공공병원을 살리고 올바른 의료개혁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과감히 전개해 나갈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공공의료의 명운을 건 투쟁을 선포하는 바이다.

2024년 6월 25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강원지역본부 조합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