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찬 노동당 인천시당 위원장, 인천 중구의회 의원

나는 1987년부터 사회에 진출해 노동을 시작했고, 노동조합운동과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 인하운동, 비정규직 투쟁으로 해고되어 2007년부터 약 3년간 가사노동에만 전념하는 이른바 전업주부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에 대해서 정부가 임금을 줘야한다고 강한 문제의식을 가졌었다. 

직장에서 노동해야 사회와 나라가 지탱 하듯이, 주부들이 노동을 해야 가장 작은 사회단위인 가정이 지탱되고, 더 나아가 사회와 나라가 지탱되는 것이다. 그래서 전업주부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전업주부 수당 쟁취 투쟁을 시도하려고도 했었다. 당시 전업주부라는 명함을 만들어 돌렸던 기억도 있다. 학자들은 전업주부 수당을 일종의 기본소득제로 보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2010년부터 인천광역시 중구의회 의원으로, 그리고 진보정당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덕분에 예산편성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연간 약 3천억 원의 예산 심사, 행정사무감사, 조례 심사 등 의정활동을 하면서 갖게 된 문제의식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지방자치법에서 ‘모든 주민은 균등한 행정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규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역과 지역, 상가의 상인과 주택가 주민, 활동주민과 직장인 간의 예산지출 불균등이 너무 심하다. 이를 지켜보면서 소위 “공공기관 예산은 먼저 보는 놈이 임자”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둘째, 국민의 혈세를 예산으로 편성하여 지출할 때는 최우선적으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데 사용하고, 그 다음 주민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분야(주거, 의료, 대중교통, 교육, 보육, 복지 등)에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그런데 불요불급한 분야에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 정작 필요한 것에는 예산 편성이 인색한 경우가 많다.

셋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거둬서 국민을 위해 지출하는 것은 소득분배 효과를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정작 주민의 입장에서는 예산 지출 효과를 실감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그 이유를 분석해보니,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출이 대부분 사업자를 통해 시설을 설치하거나 건물을 운영하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주민에게 돌아가야 할 돈과 혜택이 시설에 묶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혈세가 사업자에게 빠져나가는 누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주민에게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부여하는 예산편성에 대해 늘 고민한다.

넷째, 나는 지방자치단체나 국가를 ‘돈을 거둬서 돈을 쓰는 기관’이라고 정의한다.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공직자들이 돈을 쓰는 과정에서 부정과 부패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지방의회는 이를 견제하고 감시함과 동시에, 돈을 거두고(조세) 돈을 쓰는(분배) 일의 절차와 과정의 투명성, 우선순위 등을 규정하기 위한 법과 조례를 만든다. 공직자의 청렴은 부패나 비리뿐만 아니라, 예산의 균형편성, 우선순위 결정 등과도 밀접하다. 그러므로 공직자 즉, 직업공무원이나 선출직공직자, 국가공기업이나 지방공기업 임직원들에게는 청렴성이 제1덕목일 수밖에 없다. 

다섯째, 노동당 인천시당은 당원들로 구성된 의정지원단을 운영하면서 의정활동과 정당 활동을 연계하고 있다. 의정지원단 당원들이 인천 중구청 예산을 분야별로 나누어 삭감할 것 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 제기가 있었다. “예산은 세입이 있으면 세출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 삭감한 예산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정하고 삭감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렇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거둬들이는 세금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꼭 필요한 분야에 우선적으로 책정한다는 목적이 없으면 선심성이나 행사성, 관광, 단체지원, 무분별한 시설 설치에 편성하게 된다. 예산을 짜임새 있게 편성을 하는 방법 중 하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항목을 정해놓는 것이다. 그러면 비효율적으로 낭비되는 혈세가 줄어들 것이다.

결론은, 위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문제점 즉, 혈세를 공무원이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일거에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국민이 낸 세금을 생활비 즉, 현금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다. 나는 2014년 중구의회 의원 재선에 도전하면서 선거운동 슬로건으로 “세금을 생활비로 돌려드리겠습니다”를 고려했었다. 왜냐 하면 복지중의 최고의 복지는 조건 없이 모든 이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기본소득제가 바로 이것이다. 

우선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면 행정이 간소화된다. 그리고 예산 낭비가 사라지며, 소득 분배가 균형적이고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것이다. 또, 복지 향상과 아울러 노동시간이 단축된다. 이뿐만 아니라, 돈을 집행하는 권한이 공무원에서 국민으로 이양되므로 공직사회가 부정부패를 일으키는 동기가 줄어들어 보다 청렴해질 것이다. 아울러 모든 이들이 필요한 곳에 직접 지출하게 돼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과 평등권을 지킬 수도 있다. 행정이 간소해지면 여분의 행정력이 생길 것이고,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민간에 위탁한 행정사무를 공무원이 직접 수행함으로써 행정서비스의 질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양산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 5천만 국민에게 달마다 30만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한다면 매달 15조원, 1년이면 180조원의 재정이 소요된다. 이는 4인 가족에 매달 120만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셈이 된다. 우리나라 전체의 1년 예산 가운데, 기본소득 예산 150조원은 뚝 떼어놓고 나머지를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을 편성하면 어떨까. 무엇보다도, 재벌과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조세개혁을 통해 재원을 충당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들이 누리는 천문학적인 부는 공공자산이지 결코 개인의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 또는, 소비자가 없으면 사업자나 재벌,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나는 노동당을 비롯해 진보정치 진영이 기본소득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발한 연구와 토론을 벌여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되도록 모든 이들이 기본소득제에 관심을 갖도록 뜨거운 쟁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진보적 정당이 민중의 지지를 받는 대중정당으로 발돋움하는 의제로 만들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이 인간답게 살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 자체로 이미 이 사회와 나라에 공헌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 국민에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본소득을 보장해야 한다. 생각이 이쯤에 이르면 나는 내가 기본소득제에 대한 ‘모태 예찬론자’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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