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병원과 재단 측에 보내는 항의서한 전문>

을지병원과 을지재단은 병원노동자들에게 희생 전가 중단하고,

성실 교섭과 단체협약 이행에 나서라.

노원구 하계동에 위치한 노원을지대학교병원은 노원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역 거점병원으로서, 주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주요한 기관입니다.

그런데, 노원을지대학교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간지 벌써 23일이나 된 지금도, 병원과 병원의 운영 책임을 지고 있는 을지재단은 이렇다할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너무나 정당합니다.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 사태가 벌써 8개월이 되어가고 있고, 병원에 남아있는 간호사와 병원직원들이 그 공백을 고스란히 매꿔 그나마 주민들이 을지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은 가늠할 수도 없는 노동강도에 시달리면서도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계신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병원 경영에 책임이 있는 병원장님과 재단 측은 아닌가봅니다. 왜 고생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무급 휴직을 강요하고, 강제로 연차를 쓰게 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습니까.

결국 환자들을 직접 대면하여 치료를 해주고 있는 것은 보건노동자들 아닙니까. 병원 경영이 악화되었다면 그것은 이들의 책임이 아니라 병원 경영진과 집단 의료거부를 하고 있는 의사들의 책임 아닙니까. 책임은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져야하는 것입니다.

또한, 2017년 파업으로 맺은 단체협약을 이행해야 합니다. 그 당시에도 48일간의 파업기간동안 노원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은 노동자들과 함께 했습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다른 병원과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병원노동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보장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그 약속들이 7년이 지나도록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 연대했던 노원주민들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병원이라는 곳은 사람의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긴장된 곳입니다. 하루만 손을 놔도 누군가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이 곳을 48일이나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들이 피땀으로 이루어낸 약속이었습니다. 그런 약속을 져버린 병원은 병원 운영의 자격이 있습니까.

노원을지대학병원은 을지재단에서 운영하는 4개 병원 중에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곳이라고 합니다. 매년 고유목적기금이라는 명목으로 100억원 가까이 적립을 할만큼 재정의 여유가 있다는 말입니다.

400여명 가까이 되는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준다고 해도 이 적립금의 절반 밖에 들지 않는다는데, 도대체 재단측은 무슨 이유로 이렇게 노동자들을 무시하고 외면하는 것입니까.

노원을지대학병원의 수익은 결국 노원주민들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노원주민들의 돈으로 재단의 배를 불리는 일을 그냥 둘 수는 없습니다. 병원과 재단 측은 하루빨리 성실히 교섭에 임하고, 약속부터 이행해야할 것입니다.

노원주민들은 을지병원노동자들의 파업을 적극 지지하고, 노동자들이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는 병원으로 거듭날 때까지 끝까지 함께 연대하고 싸울 것입니다.

2024. 10. 31

노원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