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사단법인 세계호신권법연맹 부회장 (전)대한법률경제신문사 대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를 오해합니다. 민주제도와 민주주의는 다릅니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를 서로 대립 되는 체제라 오해하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반대말로 공산주의를 떠올리지만, 이는 일부 잘못된 인식입니다.

민주주의는, 권력이 국민으로 부터 나오고 국민에게 주어지며 자유와 평등을 근본으로 하는 체제입니다.

반면, 민주주의와 대립되는 개념은 독재 체제입니다. 일인 독재, 일당 독재 등 독재체제입니다. 독재 체제에서는 권력이 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되며, 자유와 평등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합니다.

공산주의는 원래는 본질적으로 경제 체제에서 나타나는 개념입니다. 이론적으로 모든 재산은 공동으로 소유하며, 다양한 사회적 계층이 없기 때문에 평등을 추구합니다.

이론상 공산주의를 선언한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동 집필한 <공산당 선언>(1848년)에 제시된 사회주의 정책강령들을 보면, ‘토지사유제 폐지, 누진세 강화, 망명·반역자 재산 몰수, 운송·통신 수단 국유화, 국유 산업 확대, 전국민의 노동 의무, 인구의 지방 분산, 무상 교육 실시, 아동 노동 철폐, 교육과 생산의 결합 등입니다.

한국을 보면 토지사유제 폐지 말고는 다른 제도는 모두 실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공산주의가 아니지요.

반면, 전국토를 국유화한 프랑스가 공산주의입니까?

이처럼 이론상의 공산주의는 독재 체제와 많은 부분에서 상충되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공산주의 국가들이 독재자에 의해 통치되면서, 공산주의와 독재가 동의어로 오인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오해는 민주주의의 대립 개념을 왜곡하게 만듭니다.

공산당 선언에 나타난 급진적 요구가 이젠 대부분 일상화 됐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자유주의 경제사상가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불확실성의 시대>(1977년)에서 마르크스의 혁명이 자본주의의 개량으로 대체됐다고 말했습니다.

달리 말해 자본주의는 전복되지 않았지만, 지금 우리는 마르크스가 상상했던 사회주의적 시대, 사회주의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한국이 자랑하는 건강보험 제도도 사실은 공산주의 제도입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사회주의를 한층 심각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자본주의의 운명을 묘파한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1942년)에서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사회주의로 이행한다고 예측했습니다.

『진보와 빈곤』을 쓴 헨리 조지는 애덤 스미스-데이비드 리카도-토머스 맬서스-존 스튜어트 밀 등 기존의 고전경제학의 대가들과 다른 경제 사상을 갖고 있어 재야 경제학자로 불렸습니다.

그는 『진보와 빈곤』에서 산업 불황의 원인과, 빈부 격차에 대한 탐구와 해결책을 제시했는데, 그 중 정부가 지대를 직접 징수하여 단일세제인 토지가치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지금 보면 토지에만 공산화나 사회주의화 하는 토지공산주의 모델입니다.

당시 부동산 값이 폭등하여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특히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노동과 자본만을 중요시하는 마르크스의 사상과 애덤 스미스의 경제사상이 주를 이루자, 헨리 조지의 토지사상은 서서히 빛을 잃어 그 이름조차 교과서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부동산 투기, 빈부격차의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헨리 조지의 사상은 다시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심했던 헨리 조지의 사상은,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민주주의가 성숙되고, 민주주의의 방식이 경제의 전 분야로 확대되어감에 따라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흐름입니다.

미국이 민주주의지만 지금 등장하는 트럼프는 미국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 영토를 빼앗겠다고 합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주의일까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도 트럼프식으로 보면, 자국이익 우선주의일 뿐 아무 것도 아닙니다.

동유럽 붕괴로 슘페터의 예상은 폐기처분된 듯하지만, 그의 통찰력이 빛나는 대목은 ‘이행’의 예측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민주주의의 큰 틀로 봤다는 점입니다.

지방분권, 출산정책 등이 모두 예전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시각으로 봤던 정책들입니다.

예전 친이명박계의 어떤 정치인은 세종시 토론회에서 도시전문가들 말이라며 세종시 원안을 ‘사회주의 도시’에 비유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국토균형발전에서 출발한 세종시를 좌익이나 우익 개념으로 보는 것이 관료의 골빈 머리입니다.

정치인들이라고 특별하지도 않습니다. 공부도 하지 않고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그런 자들이 우익이니 좌익이니 해봐야, 진영이기주의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당시 세종시가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기본적으로 정부의 공적 기능 확대라는 측면에서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의 속성을 지님에도 굳이 ‘사회주의’를 갖다 붙인 건 난센스였습니다.

지금은 어떤 나라든 제도 운영이 100% 민주주의, 100% 공산주의가 없습니다.

굳이 말하면 절충주의입니다.

<희망의 인문학>을 쓴 미국 지식인 얼 쇼리스는 조지 부시 공화당 행정부의 패퇴가 전쟁이나 경제난이 아니라, 정책과 발언에서 난센스를 남발했기 때문이라 진단했었습니다.

군중을 결집시키려 허튼 말장난만 늘어놓다가, 대중들의 무서운 맛을 보는 세상입니다.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가 아니라, 지키고 가꿔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여야 합니다.

생활민주주의, 절차민주주의, 숙려민주주의, 경청민주주의, 직업대표 민주주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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